도면 한 귀퉁이를 통째로 비워야 하는 순간이 있다. 상세도를 새로 그리려고 기존 걸 걷어낼 때, 검토용으로 받은 도면에서 특정 구역만 깨끗이 지워야 할 때.
ZWCAD 영역 안 객체 삭제 — 닫힌 구역만 골라 안쪽을 한 번에 비우는 이 단순한 일이,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는 걸 나는 그때마다 새삼 깨닫곤 했다.
문제는 늘 경계에 걸친 선들이었다.

어떤 문제였나 — 영역 안 객체 삭제가 번거로운 이유
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. 걸치기 선택으로 영역을 쓸어 담고 지우면 된다. 그런데 걸치기 선택은 경계에 살짝 닿은 객체까지 전부 잡는다. 영역을 가로지르는 벽선 하나, 치수선 한 가닥. 그것까지 통째로 사라진다. 나는 안쪽만 비우고 싶었지 도면 절반을 날리고 싶었던 게 아니다.
그래서 결국 손으로 했다. 안에 완전히 들어간 것만 골라 클릭하고, 경계에 걸친 선은 일일이 트림으로 잘라낸 다음, 안쪽 토막만 다시 지웠다. 영역 하나 비우는 데 클릭이 수십 번. 이게 하루에 몇 번씩 반복되면, 그 자체가 작업이 아니라 작업을 위한 준비가 되어버린다.
어떻게 풀었나 — 안쪽은 지우고, 걸친 선은 잘라서 안쪽만
BXE의 규칙은 단순하다. 닫힌 폴리선 하나를 경계로 받는다. 그 안에 완전히 들어간 객체는 그냥 삭제한다. 경계에 걸친 선형 객체는 교차점에서 끊은 뒤, 안쪽으로 떨어진 조각만 지우고 바깥 토막은 그대로 둔다.
문제는 곡선 경계였다. 경계가 직선만으로 된 사각형이면 쉽지만, 호나 곡선이 섞인 영역이면 정점만으로는 모양을 못 잡는다. 그래서 경계 전체 길이를 100등분해 촘촘한 점을 뽑아 영역을 근사한다. 덕분에 둥근 경계 안쪽도 제법 정확히 걸러진다.
걸친 선을 교차점에서 잘라내는 발상은, 예전에 만든 평행선 자동 트림(TRA·TRB)에서 한 번 다뤄본 적이 있다. 그때의 트림 감각이 여기서도 그대로 쓰였다.
어떻게 달라졌나
예전엔 영역 하나 비우는 게 클릭과 트림의 반복이었다. 지금은 경계가 될 폴리선 하나를 찍는 걸로 끝난다. 안쪽은 사라지고, 걸친 선은 딱 경계까지만 잘려 안쪽 토막이 정리된다. 잘못 찍었으면 Undo 한 번이면 통째로 되돌아온다. 비우는 작업이 비로소 작업 직전에서 사라지고, 클릭 한 번이 됐다.
사용 환경
- ZWCAD 2023 기준 개발·실전 검증 완료. AutoCAD 호환은 검증 완료.
- 경계는 반드시 닫힌 폴리선(LWPOLYLINE / POLYLINE)이어야 한다. 열린 폴리선이나 일반 도형은 경계로 받지 않는다.
- 경계선 자신은 삭제 대상에서 자동 제외된다.
어떻게 쓰나
- 비울 구역을 감싸는 닫힌 폴리선을 하나 그려 둔다.
- 명령창에
BXE입력. (또는 경계 폴리선을 먼저 선택한 뒤BXE를 쳐도 된다.) - 경계로 쓸 닫힌 폴리선을 클릭한다.
- 안쪽 객체는 삭제되고, 걸친 선형 객체는 경계에서 잘려 안쪽 조각만 정리된다.
- 보호하고 싶은 객체가 있다면 해당 객체 레이어를 잠그고 이용하면 된다.
아직 안 되는 것
- 경계에 걸친 문자·블록 같은 비선형 객체는 잘라낼 수 없어 그대로 둔다.
- 곡선 경계는 100등분 근사라, 극도로 정밀한 경계에선 미세한 오차가 생길 수 있다.
BXE 수정사항 (260722)
- 경계선 여러 개를 한 번에 선택 가능 — 선택한 닫힌 폴리선을 순서대로 모두 처리하므로, 구역마다 명령을 다시 칠 필요가 없어짐
- 닫힌 폴리선이 아닌 객체는 선택 자체가 되지 않도록 필터 추가 — 잘못 고르고 거절당하는 과정이 사라짐
- 선택한 경계선끼리는 서로 지우지 않도록 보호 — 한 경계 안에 다른 경계가 들어 있어도 그 폴리선은 그대로 남음
- 앞선 경계에서 이미 지워진 객체는 건너뛰도록 처리 — 같은 객체를 두 번 건드리며 나던 오류 해결
- UNDO 묶음 범위를 전체로 확대 — 경계를 몇 개 찍었든 UNDO 한 번에 통째로 롤백
받아 가기
받아서 쓰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. 고쳐 두면 다 같이 편해집니다.
짧은 회고
도구를 만들고 보면, 정작 아낀 시간보다 없어진 망설임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. 예전엔 영역 하나 비우는 일이 사소하게 귀찮아서 자꾸 미뤘다. 지우는 게 한 번이 되고 나니, 미루던 정리들을 그냥 그 자리에서 해치우게 됐다. 작은 자동화가 바꾸는 건 시간만이 아니라, 일을 대하는 마음의 문턱이기도 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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