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도면을 정리하다 보면 손이 먼저 지친다. 평행하게 놓인 두 선, 그 사이로 잔뜩 지나가는 선들. 한 줄 한 줄 트림 명령으로 잘라낸다. 기준선 찍고, 자를 선 찍고, 또 찍고. 단순한데 끝이 없다.
게다가 두 선이 비스듬히 누운 사선이면 더 신경 쓰인다. 손이 미끄러지면 엉뚱한 데가 잘리고, 되돌리고, 다시. 그래서 평행선 트림만큼은 사람 손에서 떼어내고 싶었다.
어떤 문제였나
실무에서 평행한 두 선은 자주 나온다. 도곽선 두 줄, 나란한 벽체, 배관 한 쌍. 그 두 선을 기준으로 안쪽을 비우거나, 바깥으로 삐져나온 선들을 정리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.
기본 트림은 기준선을 고른 뒤 자를 객체를 일일이 클릭하게 한다. 객체가 수십 개면 클릭도 수십 번이다. 사선이면 화면을 돌려가며 찍어야 해서 더 번거롭다. 그리고 정작 기준선 자체나, 옆 도면에서 참조로 끌어온 선까지 실수로 건드리기 쉽다.
어떻게 풀었나
기준이 되는 두 선만 선택하면, 나머지는 리습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만들었다. 안쪽을 비우는 명령이 TRA, 바깥쪽을 정리하는 명령이 TRB다. 둘은 같은 엔진을 쓰고, 겨냥하는 구간만 다르다.
두 선을 모두 가로지르는 객체만 골라내기
먼저 선택한 두 선의 양 끝점으로 작업 범위를 잡고, 누락을 막기 위해 조금 넉넉하게 키운다. 그 범위 안의 선과 폴리선 가운데 두 기준선을 모두 가로지르는 객체만 대상으로 추린다. 한쪽 선만 스치거나 사이를 비켜 가는 선은 자연히 손대지 않는다.
안쪽은 사이를, 바깥쪽은 양 끝을
대상마다 두 기준선과 만나는 두 교차점을 계산한다. TRA는 그 두 점 사이 구간의 한가운데를 찍어 사이를 지운다. TRB는 두 점 바깥으로 남는 양쪽 꼬리를 각각 찍어 정리한다. 좌표계를 돌리거나 보조선을 긋지 않고 객체별 교차점을 직접 계산하기 때문에, 두 선이 가로든 세로든 비스듬한 사선이든, 서로 정확히 평행하지 않아도 똑같이 동작한다.
여기에 실무에서 사고 나기 쉬운 곳들을 막아 두었다. 참조 도면(Xref)과 잠긴 도면층은 선택에서 자동으로 빠진다. 자르기 전 환경 변수를 백업하고, 도중에 문제가 생기면 한 단계로 통째 되돌린다.
어떻게 달라졌나
선마다 찍던 일이 두 선만 고르는 일로 줄었다. 사이를 비울 땐 TRA, 바깥을 정리할 땐 TRB. 둘은 같은 엔진에서 겨냥하는 구간만 뒤집은 한 쌍이라, 손에 붙으면 거의 반사적으로 쓰게 된다. 선택만 하면 알아서 정리되는 이 흐름은 도곽만 선택하면 낱장 DWG로 분리되는 RRAW와 같은 결이다.
사용 환경
- ZWCAD 2023 기준으로 개발·검증했다. AutoCAD에서의 동작은 확인하지 않았다.
- 기준선과 잘리는 대상 모두 LINE 또는 LWPOLYLINE이다. 기준선은 두 개를 고른다. 두 선이 평행하지 않아도, 어떤 각도로 놓여 있어도 동작한다.
- 파일 인코딩은 CP949(ZWCAD 한글 호환)를 유지했다.
어떻게 쓰나
- 두 파일을 받아
APPLOAD로 불러온다. 매번 불러오기가 번거로우면 도면 열 때 리습이 알아서 로드되게 만드는 acaddoc.lsp 방식으로 상시 등록해 두면 편하다. - 사이를 비우려면 명령창에
TRA, 바깥을 정리하려면TRB를 입력한다. - 기준이 될 두 선을 선택한다. 명령 전에 미리 두 선을 선택해 두고 실행해도 된다.
- 나머지는 자동이다. 좌표계와 화면 배율은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.
아직 안 되는 것
- 기준선은 정확히 두 개, 선이나 폴리선이어야 한다. 호나 원은 기준선으로 쓸 수 없고, 셋 이상이면 멈추고 알린다.
- 잘리는 대상도 선과 폴리선만 처리한다. 호·원·스플라인은 두 기준선을 가로질러도 손대지 않는다.
- 대상은 두 기준선을 모두 가로지르는 객체여야 한다. 한쪽 선만 만나는 선은 그대로 둔다.
받아 가기
TRA(안쪽 트림)와 TRB(바깥쪽 트림)를 하나로 묶어 둡니다. 받아서 압축을 풀면 두 파일이 들어 있습니다.
쓰다 막히거나 고쳐 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. 읽고 있습니다.
짧은 회고
트림은 사소한 명령이다. 그런데 사소한 일을 하루에 수백 번 반복하면 사소하지 않다. 이 한 쌍을 만들고 나서야, 그동안 내가 손으로 메우던 시간이 얼마였는지 보였다. 도구는 결국 그 보이지 않던 시간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일인 것 같다.
이 리습은 개인·비영리 목적으로 자유롭게 쓰실 수 있습니다. 출처(Talkative Archi)를 밝히면 수정도 가능하고, 무단 재배포와 상업적 판매만 삼가 주세요. 무보증이며 사용에 따른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습니다. 자세히
